영화 '선과 악의 학교', 익숙하지만 낯선 판타지 세계의 시작
2022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선과 악의 학교>는 소만 차이나니(Soman Chainani)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감독 폴 페이그(Paul Feig)는 이 작품을 통해 특유의 여성 서사적 시각과 화려한 미장센을 선보였죠. 두 주인공, 공주를 꿈꾸는 아름다운 소피(Sophie)와 마녀로 오해받는 아가사(Agatha)의 극적인 대비는 영화의 초반 '훅'이자 가장 강력한 서사적 장치였습니다.
기존 동화의 전형성을 따르자면 소피는 '선'으로, 아가사는 '악'으로 분류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스토리언'은 이들의 기대와 마을 사람들의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 버립니다. 이 역설적인 배치는 단순히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함이 아니라, "선한 의도"와 "선한 행동"의 괴리를 보여주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겠다는 야심찬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선과 악, 그 이분법의 역설: 소피와 아가사의 배치에 담긴 의도
아가사가 배정된 '선'의 학교는 우아함과 외모 지상주의에 갇힌 위선적인 공간으로 그려집니다. 반면, 소피가 던져진 '악'의 학교는 겉으로는 음침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야망과 욕망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미스핏들의 집단이죠. 이러한 학교 설정의 대비는 영화의 중요한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즉, 제도화된 '선'은 오히려 억압적일 수 있으며, 세상의 편견이 만든 '악'은 그저 자유로운 개성일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하지만 이 흥미로운 전제는 영화의 긴 러닝타임(147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며 힘을 잃기 시작합니다. 서사가 전개될수록 소피는 진정한 악의 유혹(라팔)에 너무 쉽게 빠져들고, 아가사는 자신의 본성(선함)을 발견하기보다는 학교의 허점을 비판하는 역할에만 머무르는 듯 보입니다. 겉모습과 내면의 괴리를 탐구하려던 시도가 결국은 클리셰적인 '타락'과 '구원'의 공식을 답습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점입니다.
흥행과 비평 사이: 시각적 화려함 뒤의 근본적인 문제
비주얼 측면에서 <선과 악의 학교>는 확실히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샤를리즈 테론, 케리 워싱턴, 양자경 등 화려한 배우진과 눈이 즐거운 의상, 압도적인 스케일의 세트는 판타지 영화의 기본을 충실히 합니다. 특히 악의 학교를 이끄는 레이디 레소(샤를리즈 테론)의 시크함과 선의 학교 교장 도비 교수(케리 워싱턴)의 고전적 우아함은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죠.
하지만 비평가들은 '해리 포터'나 '디즈니' 판타지의 클리셰를 답습하거나, 원작의 방대하고 어두운 세계관을 다 담아내지 못하고 유치함에 머물렀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147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서사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하고 복잡한 세계관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은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로맨스가 아닌 우정이었다: 클리셰를 비튼 결말의 통찰
이 영화가 기존 동화 클리셰를 가장 성공적으로 비틀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 부분은 바로 결말입니다. 동화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키스'는 언제나 왕자님과 공주님의 로맨틱한 순간으로 그려지죠. 소피는 왕자 테드로스에게서 이 키스를 얻어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합니다.
그러나 영화는 그 공식을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소피를 구원하고 이야기의 균형을 되찾게 만드는 힘은 로맨틱한 키스가 아니라, 소피와 아가사, 두 여성 친구 사이의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진정한 우정(True Friendship)'이었습니다. 악당 라팔을 물리치는 마지막 순간, 아가사가 소피를 위해 흘린 눈물과 소피를 향한 아가사의 간절한 마음이 바로 '진정한 사랑의 키스'와 동일한 힘을 발휘합니다.
이러한 결론은 현대 관객에게 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동화 속 구원의 공식이 더 이상 이성 간의 로맨스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가장 순수하고 변치 않는 유대인 '우정'이 세상을 구하고 개인의 정체성을 완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합니다. 이는 영화의 서사적 허점을 상당 부분 만회하고, 이 작품을 다시 볼 가치를 부여하는 결정적인 순간입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선과 악의 학교'가 아니라, '진정한 우정의 학교'에 대한 이야기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 역설적 배치의 의도: 소피(선호)와 아가사(악호)의 뒤바뀐 배정은 겉모습과 사회적 편견이 아닌 내면의 본성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질문을 던집니다.
2. 서사적 완성도의 아쉬움: 화려한 비주얼과 달리, 소피의 급진적인 악당 변신과 긴 러닝타임 속 인물 서사의 부족함이 비판의 주요 대상이었습니다.
3. 이분법적 구도의 해체: '선'의 학교는 위선적이고 '악'의 학교는 솔직한 미스핏들의 공간으로 그려져, 제도화된 선악 개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4. '진정한 사랑'의 재정의: 클리셰를 깨고 로맨스가 아닌 두 여성 주인공의 우정(True Friendship)을 궁극적인 구원의 힘으로 제시하며 가장 강력한 통찰을 선사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FAQ)
'선과 악의 학교'는 원작 소설과 얼마나 다른가요?
감독 폴 페이그는 원작의 복잡한 세계관을 처음 접하는 관객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내러티브의 많은 부분을 단순화했습니다. 특히 소피와 아가사의 관계를 원작보다 훨씬 더 강하고 헌신적인 우정으로 강조했으며, 일부 등장인물의 서사나 잔혹한 설정이 대폭 축소되거나 변경되었습니다. 이는 원작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일반 관객에게는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영화의 후속편 제작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요?
영화는 원작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을 바탕으로 하며, 마지막 장면에서 후속작을 암시하는 강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넷플릭스 공개 후 시청률 성적은 좋았으나, 비평가들의 평이 엇갈려 후속편 제작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넷플릭스는 대개 시청 시간과 제작비를 고려하여 후속작을 결정합니다.
소피는 정말로 악당이 될 운명이었을까요?
영화는 '스토리언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합니다. 즉, 소피에게는 '선'의 학교에 있을 만한 요소(아름다움, 왕자님을 향한 열망)도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과 야망이라는 '악'의 씨앗 또한 존재했습니다. 영화는 소피가 외부의 유혹(라팔)과 내면의 욕망이 결합하여 스스로 악을 선택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운명보다는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참고 자료: Netflix Official Site, Cine21, Wikipedia, The Guard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