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실화의 재구성, 그 아이러니한 '굿뉴스'의 시작
- 블랙코미디의 미학: 풍자와 유머로 가려진 비극
- 진실과 거짓, 그리고 인간의 모순을 응시하는 변성현의 시선
- 캐릭터 분석: '아무개'와 '박상현'이 상징하는 두 얼굴의 욕망
- 결론: 우리가 '굿뉴스'에서 찾아야 할 진짜 메시지
실화의 재구성, 그 아이러니한 '굿뉴스'의 시작
변성현 감독의 신작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가 10월 17일 넷플릭스에 공개한다고 발표 후 예고편이 나오고 있습니다. <굿뉴스>는 단순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긴장감 넘치는 재난 스릴러를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제가 아는 한국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비틀어버립니다. <굿뉴스>는 1970년에 발생한 일본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요도호 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합니다. 승객들을 태운 일본 여객기가 납치되고, 이를 북한이 아닌 한국의 김포공항에 착륙시키기 위해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처럼 위장하는 초유의 '위대할 뻔한 거짓말'이 시작되는 것이죠. 아, 여기서부터 벌써 블랙코미디의 냄새가 물씬 풍기지 않습니까?
이 영화의 핵심은 사건의 재연이 아닙니다. 엄밀히 말하면, 줄거리 요약은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 복잡하고 위험천만한 상황 속에서, 변성현 감독은 카메라를 납치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모순과 선택에 집중시킵니다. "사람을 구조한다는 건 '굿뉴스'이지만, 누군가에겐 결코 반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는 감독의 말처럼, 제목 <굿뉴스> 자체가 이미 거대한 반어적 장치입니다. 생각해보니, 우리 삶에서도 정말 좋은 소식이라 믿었던 것이 알고 보면 나에게 큰 부담이나 비극의 시작인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블랙코미디의 미학: 풍자와 유머로 가려진 비극
<굿뉴스>는 장르적으로 '블랙코미디'를 표방합니다. 그런데 이 블랙코미디가 그저 웃고 즐기는 가벼움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적입니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능청스러운 유머를 실화의 비극적인 배경 위에 과감하게 투척합니다. 이 조합은 처음엔 조금 어색하거나 참신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어색함 자체가 이 영화의 의도입니다.
영화 속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 관료들이 보여주는 탁상공론, 무책임한 결정, 그리고 상황을 모면하려는 비정상적인 행태들은 우스꽝스럽게 희화화됩니다. 특히 류승범 배우가 연기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 캐릭터는 관료주의의 전형적인 모습이자,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는 인간의 추악한 단면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의 대사나 행동은 웃음을 유발하지만, 그 웃음의 이면에는 1970년대 권위주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숨어 있습니다. 정말 정말 영리한 연출입니다.
감독은 리얼리즘과 판타지,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과감한 연출적 시도를 합니다. 배우들이 제4의 벽을 넘어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도 있습니다. 이런 장치들은 관객에게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듭니다. 이로 인해 관객은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라, 이 '위대할-뻔한 거짓말'의 공범이자 증인이 되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진실과 거짓, 그리고 인간의 모순을 응시하는 변성현의 시선
이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단연 '진실'과 '거짓'의 경계입니다. 요도호 사건은 분명한 실화였지만, 이를 막기 위한 작전은 거대한 거짓으로 포장됩니다.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위장하는 그 순간, 그 공간에 모인 모든 인물은 진실을 알면서도 거짓을 연기하는 배우가 됩니다. 설경구 배우가 연기한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는 이 작전의 핵심 설계자이자, 이 거대한 거짓의 메신저 역할입니다.
<굿뉴스>는 눈앞에 보이는 사실과 그 이면에 숨은 진실 사이의 간극을 끊임없이 들춥니다. 영화 속에서 어떤 정보가 '팩트'이고 어떤 정보가 '조작'인지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는 순간이 자주 옵니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의 뉴스와 정보 소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굿뉴스'라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제가 직접 느껴본 바로는, 감독은 진실 그 자체보다 진실을 조작하고 소비하는 인간의 욕망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진실을 알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짓을 선택하는 자들, 그리고 그 거짓을 맹목적으로 믿거나 혹은 믿는 척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자들의 모순이 이 영화의 진짜 드라마입니다.
캐릭터 분석: '아무개'와 '박상현'이 상징하는 두 얼굴의 욕망
변성현 감독의 영화에서 캐릭터는 늘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굿뉴스>에서도 이 공식은 유효합니다. 특히 설경구의 '아무개'와 류승범의 '박상현'의 대립과 협력은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을 가장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아무개' (설경구): 이름부터 정체가 불분명한 '아무개'는 뛰어난 능력과 마법 같은 화술로 작전을 주도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비행기를 착륙시키고 승객을 구한다는 대외적인 '선의(善意)'를 위해 거대한 거짓을 설계합니다. 그의 능청스러움 뒤에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철함이 숨어 있습니다. 그는 일종의 '엔딩메이커'입니다. 이 영화의 '위대할-뻔한 거짓말'을 실현시키는 창의력을 상징합니다.
'박상현' (류승범): 중앙정보부장인 박상현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국가의 체면을 위해 이 작전을 지휘합니다. 그의 동기는 승객 구조라는 인류애적 목표보다는 개인과 조직의 권력 유지에 있습니다. 그의 과장되고 희화화된 모습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현실적인 관료주의의 욕망을 대변합니다. 그는 '진실'이 아닌 '체면'을 위해 움직이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얼굴입니다.
두 인물은 '비행기 착륙'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려는 동기와 방식은 극명하게 다릅니다. 이들의 앙상블은 한국 사회를 움직이는 두 가지 유형의 욕망, 즉 비정치적 능력주의(아무개)와 정치적 권력주의(박상현)의 충돌이자 결합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결론: 우리가 '굿뉴스'에서 찾아야 할 진짜 메시지
<굿뉴스>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나 시대극이 아니라, 변성현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집약하는 독보적인 스타일의 웰메이드 블랙코미디입니다. 영화는 136분의 러닝타임 동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에게 장르적 쾌감뿐 아니라 사고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계속해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과연 '굿뉴스'란 무엇인가?" 승객이 무사히 돌아오는 것이 굿뉴스일까요? 아니면 정부의 체면이 손상되지 않고 비밀 작전이 성공하는 것이 굿뉴스일까요? 감독은 어떤 것도 명확히 답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모호함과 혼란스러움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결국 <굿뉴스>는 '필요한 건 약간의 창의력과 그걸 믿으려는 인간들의 의지지'라는 영화의 핵심 문장을 통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신에게 이로운 것을 '굿뉴스'로 규정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해부합니다. 여러분도 아마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주변의 수많은 '뉴스'들 속에서 진짜 진실은 무엇일까, 혹은 내가 믿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변성현 감독이 이토록 재밌고 지독한 영화를 만든 진짜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